용역 깡패·사무실 폐쇄…세무사회, '남 일' 아니다
용역 깡패·사무실 폐쇄…세무사회, '남 일' 아니다
  • 조규희
  • 승인 2019.05.30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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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0대 세무사회 임원선거 민낯
불법적 소급적용…보복성 고소까지
공정선거 봉사한 회직자 쳐낸 꼴
2017년 7월 6일, 한국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들의 회장실 방문을 저지한 용역 직원
2017년 7월 6일, 한국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들의 회장실 방문을 저지한 용역업체 직원

'용역 깡패'가 등장해 출근길을 저지하거나 사무실을 폐쇄하는 등 정당한 업무 집행을 방해하고 시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행위가 세무업계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박연종 전 한국세무사회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30대 세무사회 회장선거를 떠올리며 "절대로 2년 전 선거와 같은 일이 되풀이 돼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8일 본지와 만난 박 전 부위원장은 "현재 이창규 회장을 당시 선관위에서 당선 무효 처분 결정을 내린 후 다음 날 출근 해보니 선관위 사무실이 폐쇄돼 있었으며 회장실을 비롯해 대회의실 등을 용역업체 직원들이 몸으로 막아서며 출입을 저지했다"고 말했다.

30대 세무사회 회장선거 개표 결과 이창규 후보가 당선됐으나 선관위는 2017년 7월 5일 이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받은 주의·경고 횟수가 '후보자격 박탈' 기준을 넘어섰다고 판단, 당선 무효 결정을 내렸다. 세무사회 규정에 따르면 후보자가 누적 경고 처분 3회면 후보자격이 박탈된다. 누적 주의 3회는 경고 1회로 간주한다. 

이후 사태가 급박하게 흘렀다. 

다음 날인 7월 6일 박 전 부위원장을 비롯해 최원두 선관위원장이 선관위 사무실로 출근을 했으나 이미 폐쇄된 상태였다. 폐쇄 이유를 알고자 회장실을 찾았으나 용역업체 직원들이 길을 막아섰다. 이창규 후보가 회장실에 있던 상황이다. 당시 세무사회 회장대리는 선관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 차원에서 관련 지시를 내린 적이 없으며 용역업체 직원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창규 후보는 이사회를 열고 임원등선거관리규정을 개정했다. 선관위 결정에 따르면 회장이 아닌 자가 이사회를 소집한 것도 문제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규정을 삭제하고 수정하기까지 한 셈이다. 

이창규 후보는 "모든 선거사무는 선관위원장이 당선증을 교부한 때 종료한다"는 내용의 임원등선거관리규정 제2조2의 5항을 신설했다. 아울러 "선거사무가 종결되지 않은 때에는 종결시까지"라는 선관위원 임기 조항을 삭제했다. 선관위의 당선 무효 처분 결정 전에 당선증을 교부받은 이창규 후보가 자신의 당선을 확정짓기 위해 규정을 제멋대로 고친 셈이다. 

2017년 7월 6일 한국세무사회 대회의실을 막아선 용역업체 직원.
2017년 7월 6일 한국세무사회 대회의실을 막아선 용역업체 직원.

불법적 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사회는 2017년 7월 6일 개정한 규정의 적용일을 한 달 전인 6월 2일부터 시행한다고 부칙에 적시했다. 임원등선거관리규정은 1979년 이후 총 32회 개정됐으나 단 한번도 소급 적용된 규정이 없으며 명백하게 선관위의 당선 무효 결정을 무효화 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통상 일반 법령 개정시 소급 적용 되는 경우가 발생하나 오직 법익을 고려한 판단이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이창규 후보는 당선증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선관위 사무는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이후에 진행된 선관위의 당선 무효 결정은 효력이 없다.

선관위 당선 무효 사태가 일단락 되자 일종의 '보복성' 고소가 시작됐다. 이창규 회장은 박 전 부위원장과 다른 선관위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개표 업무 중, 박 전 부위원장과 모 선관위원이 이창규 후보를 선택한 투표용지 100장을 백운찬 후보자 것으로 속였다는 고소 취지였다. 

개표장은 폐쇄회로(CC)TV로 촬영 중이었으며 후보자 참관인과 변호사가 입회했다. 아울러 개표 과정도 3단계에 걸쳐 진행돼 고소 내용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이창규 회장은 일부 선관위원의 발언만 듣고 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해당 고소건을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통상 협·단체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내부 처리가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진하거나 사안이 심각하다면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하지만 이창규 회장은 당시 제기된 관련 의혹에 대해 우선적으로 세무사회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하거나 규정에 따른 징계 절차를 밟아나가지 않았다.

세무사회를 위해 봉사한 회직자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경찰과 검찰에 출석하고 무혐의 결정이 날 때까지 입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는 심각하다. 이 회장은 검찰의 처분 이후 박 전 부위원장과 모 선관위원에게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다. 

박 전 부위원장은 "잘못된 과거를 청산해야만 잘못된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1만3000여 세무사들이 감시자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31대 세무사회 임원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2017년 7월 6일 개정된 한국세무사회 임원등선거관리규정이 한 달 전인 6월 2일부터 적용된다는 부칙.
2017년 7월 6일 개정된 한국세무사회 임원등선거관리규정이 한 달 전인 6월 2일부터 적용된다는 부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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