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청년세무사 上편] 곡소리 나는 현실…불법에 노출된 그들
[기획-청년세무사 上편] 곡소리 나는 현실…불법에 노출된 그들
  • 조규희
  • 승인 2019.05.23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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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후 수습 시기부터 겪는 위법 관행
개업 내몰려 악마의 유혹 거부 못해

[편집자주 - '지금이 위기'라는 데 1만3000여 세무사 대다수 동의할 것이다. 변호사와의 업역 전쟁, 갈수록 좁아지는 세무영역, 다른 전문 자격사의 도전 등 대내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청년세무사는 더욱 설자리를 잃어가고 각종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 돼 있다.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본지는 청년 세무사 기준을 자격증 취득부터 세무사 경력 10년 이하로 했음을 사전에 밝힌다.]

"괜히 세무사 자격증 땄다", "내 자식은 세무사 시키지 않겠다", "세무사 타이틀 버렸다. 난 장사꾼이다"

청년 세무사 현실을 들어보기 위해 만난 몇몇 젊은 세무사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이다. 현직 세무사기 때문에 본인의 직업과 관련해 거친 언사를 자제할 법도 하지만 그들은 '울분'을 토해냈다. 

세무사 시험 합격과 수습 기간을 거쳐 정식 세무사로 활동한 기간이 5년 이하인 세무사들은 주로 급여 문제를 언급했다. 

한 세무사는 "세무사 합격증 교부 받고 6개월 여 세무사 사무소에서 수습을 돌아야 하는데 동기의 90%이상이 한 달에 100만원 전후로 월급을 받았다"며 "국가에서 정한 최저시급으로 따져도 170만원 정도는 받아야 하는데 100만원 받는 것도 많은 편에 속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세무사는 "저를 포함해 주위 동기 세무사, 학교 선후배들 포함 대략 40여명 정도에게 물어봤을 때 최저시급을 주는 세무사 사무소는 3곳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한 세무사는 "수습 급여 결정은 사실상 세무사 사무실 대표 마음이고 저희 같은 경우는 그 대표에게 수습 확인 도장을 받지 못하면 세무사 활동을 못하니 사실상 대표가 갑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세무사는 합격 후 한국세무사회에서 받은 집체교육 당시 있었던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이 세무사는 "어떤 원로 세무사가 오셔서 강의하던 중 한 합격자가 '수습하면 100만원도 못받는다던데 맞습니까?' 라고 묻자 원로 세무사는 당황하며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며 "최소한 '나는 아닙니다'라는 대답이 나오길 바랐다"고 말했다.

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에서 유사한 위법 행위가 적발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전문 직종'으로 분류되는 세무사계도 다른 직종과 다를 바 없는 현실을 마주할 따름이다. 

특히 합격 세무사가 수습 기간을 밟아야 하는 시기는 매년 1월부터 5월로 세무업계에서 가장 바쁜 시기다. 주요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수습 세무사들에겐 적은 월급과 세무사회 현실을 마주하는 시기다.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3~4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다. 통상 서른 전후로 합격해 받는 첫 월급이 100만원도 채 되지 않지만 급여 문제는 수습 기간 이후에도 이어진다. 

한 세무사는 "수습이 끝나고 근무 세무사로 채용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서울 기준 업계 통상 연봉이 세전 3400만원 수준이며 이마저도 퇴직금이 포함된 것으로 실제로는 3200만원 수준에서 근무 세무사로 일한다"고 말했다. 

다른 세무사는 "동기, 후배들과 이야기해보면 1월, 3월, 5월은 상여금이 나와 300만원 가까이 받지만 나머지 달은 210만원에서 220만원 안팎에서 월급을 받는다"며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 이런 현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세무 업계 최고 대우로 초임 근무 세무사 연봉은 40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극소수 세무 법인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청년 세무사가 근무 세무사로 장기 근속을 할 수 없어 세무사 사무소를 전전하다 강제 개업에 내몰리는 상황도 엿볼 수 있었다. 

세무사 합격 5년차인 한 세무사는 "일반적인 회사원처럼  소속 회사에서 적어도 10년에서 20년간 근무할 수 있다는 여건이 보장되면 근무 세무사로 계속 일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실상 대표의 눈치가 보인다"며 "하는 업무는 동일한데 매년 연봉은 오르니 대표도 낮은 월급을 줬을 때는 감당하겠지만 월급이 몇십만원 오르면 점점 '네 살길 찾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준다"고 말했다. 

세무사 관련 웹사이트에 게재된 글 캡쳐
세무사 관련 웹사이트에 게재된 글 캡쳐

 

청년 세무사의 강제 개업은 악마의 유혹과 직결된다. 세무업계 고질적 문제인 '보따리 사무장'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에 내몰리는 것이다. 

개업 1년이 채 안된 청년 세무사는 "거래처가 없는 상황에서 '보따리 사무장'이 제안을 해오면 거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세무사는 "개업 초기라 부모의 도움으로 적자가 나도 버티고 있지만 명의대여를 찾는 사무장에게 전화를 건 적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보따리 사무장'은 수십여 거래처를 확보한 세무업계 종사자로 세무사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아 세무 신고시 세무사 명의가 필요하다. 이런 종사자는 명의대여 비용으로 통상 200만원~250만원 상당을 세무사에게 지급하고 본인의 거래처를 관리하며 소득을 벌어들인다. 당장 거래처가 없고 월세를 내기도 빠듯한 청년세무사는 이같은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한 세무사는 "불법인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양심에 거리끼지 않게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천천히 하나씩 해나가자는 생각은 현실과 마주하면 지키기 어렵다"며 "우리도 사는게 먼저인 것 아니냐"고 한 숨을 쉬었다. 

'보따리 사무장'은 세무 시장을 파탄내는 주범이기도 하다. 한 세무사는 "사무장이 지급하는 액수가 개업 초창기 청년 세무사에게는 불로소득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사무장들이 소위 '기장공장'을 만드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십여 거래처를 확보한 사무장은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무업계서 통상 요구하는 수준보다 낮은 단가로 더 많은 거래처를 확보한다. 단가 경쟁이 생기게 되며 이는 청년세무사가 뿌리내릴 지지기반을 뒤흔든다.

불법 명의대여를 의미하는 사무장 문제는 전문 직종에서 발생해 비단 세무업계에서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근절 방안 내지 대책이 한국세무사회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세무사 관련 웹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불법 명의대여 거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한 세무사는 "경력이 짧아도 우리도 업계 종사자이기 때문에 불법 명의대여를 실제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소위 말하는 원로 세무사와 세무사를 대표한다는 집단이 문제 해결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문 자격사'의 하나인 세무사 현실을 마주한 일부 청년 세무사는 또 다른 길을 택하기도 한다. 

한 세무사는 "겉으로 보기에 전문 직종이고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해 몇 년동안 공부했지만 현실을 마주한 일부 동기들은 수습이 끝나거나 몇 년 뒤에 다른 자격증을 공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례로 일부 청년 세무사는 세무사 자격 취득 후 국가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세무사 자격증 보유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공무원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바에야 가산점 주는 7급 공무원에 도전하면 먹고 살 걱정은 세무사보다 덜 할 거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직업을 바꾸는 경우 외에도 청년 세무사는 생존을 위해 기타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한 세무사는 "주위에서 부동산 중개 자격증과 보험 FC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예를 들어 부동산 중개를 하고 동시에 양도소득세 신고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보험 상담을 하며 해당 기업의 기장업무까지 가져올 기회를 늘리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기타 자격증 취득은 거래처 확보를 위한 영업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전문 직종으로 '정년 없는' 세무사라는 일반적 시선과 달리 청년 세무사의 현실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세무사회 집행부나 원로 세무사님들은 이미 거래처를 갖고 계시고 노후도 탄탄해서 그런지 실제 우리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알지 못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이럴려고 세무사가 된 건 아닌데 현실을 마주한 우리가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하다"는 어느 청년 세무사의 고백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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