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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컬럼] 생각하지 않는 조직
[tnt컬럼] 생각하지 않는 조직
  • 교육팀
  • 승인 2021.03.1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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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수
신경수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인터넷이라는 괴물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생각하지 않는 동물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무뇌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인류에 대하여 큰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세상에 내어 놓았다. 니콜라스가 경고한 ‘무뇌인간’과 비슷한 의미의 ‘무뇌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해 보고자 한다.
 
지난 해, 어느 제조기업의 중간관리자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이다. 경영진 워크숍을 통해서 도출된 사업부별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에 대하여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논의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자리였다. 사업부별로 3~4명의 팀장들이 그룹을 이루어 해당 사업부의 본부장과 함께 팀별 상황에 맞추어 해당년도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도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중요한 자리였다.
 
보통 이러한 종류의 중간관리자 연수는 대표이사가 참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다. 대개는 사업본부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관리자 워크숍에 참석하여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선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 대표이사의 의례적인 움직임이다. 그런데 이 조직의 경우는 지난 번 고급관리자 워크숍 때도 그렇고 금번의 중간관리자 워크숍도 그렇고 대표이사가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하는 의욕을 보였던 것이다.
 
최고경영자의 열정적인 의욕에 깊은 감탄사를 보내긴 하였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지난 번 고급관리자 워크숍 때의 상황이 설마 다시 연출될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하루 종일 걸린 워크숍의 KPI가 전부 대표이사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것이었고 사업부별 실행전략 또한 거의 대부분이 그 분이 낸 의견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중간관리자들 또한 그들의 본부장들이 그랬듯이 모두가 입을 닫은 채, 대표이사의 눈치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24명 48개의 눈들이 전부 세미나실 입구에 앉아 있는 대표이사만을 향해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놀라운 장면이었다. 결국 오전의 워크숍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가 되었다. 자리를 옮겨 다니며 팀별 실행전략을 직접 지시해 주시는 사장님의 지나친 친절(?) 덕분에 모든 팀장들은 너무나 편안하고 부드럽게 액션플랜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워크숍의 목적이 폼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조용히 대표이사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 지금 이 회사의 모든 것은 사장님이 처음부터 만든 것이니 무엇이 성공의 포인트이고 무엇이 실패의 씨앗인지 너무나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관리자들도 사장님의 지시나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방법에 있어서는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운용되게 끔 일부러 상황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뻔히 아는 내용이라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모든 걸 사장님이 지시하고 알려주기만 한다면 사장님의 회사는 결국 ‘무뇌조직’이 되고 말 것입니다.”
 
사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죄값으로 다음 계약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던 그 분이 이렇게 말했다. “무뇌조직이라는 말에 둔기로 머리를 맞은 느낌입니다. 최근의 실적저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조금은 알겠습니다. 괜히 성실한 우리 직원들 탓만 한 것 같네요. 한 가지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생각하는 조직을 만들어 주세요.” 용기를 내어 어렵게 꺼낸 말이었는데, 기대이상의 효과가 되어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터넷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드는 괴물”이라고 니콜라스 교수는 말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리더의 지나친 개입은 무뇌조직을 만드는 흉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3월이라는 스타트라인에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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