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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다른 부부가 더 잘산다고?
성격이 다른 부부가 더 잘산다고?
  • 김유겸 기자
  • 승인 2021.01.1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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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있었던 어떤 사건 하나가 생각이 난다. 내가 삼성동 포스코 사거리역 근처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다. 지하철역은 선릉역을 이용하고, 선릉역에서 내려 삼성역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언젠가부터 눈에 띄는 횟집 하나가 보였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가게를 운영하는데 그 모양새가 조금 이상해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홀에서 서빙을 하는 여자가 주방을 바라보는 표정이 참 특이하다. 뭐랄까…… 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는 눈빛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서빙을 하면서도 미소를 머금고 몇 번이고 회를 뜨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본다. 여자를 쳐다보는 남자의 눈빛도 다르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번은 이런 일이 있다. 직장동료하고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모듬회 하나만 주세요~ 저녁 늦게까지 이렇게 장사를 하시려면 많이 힘드시겠어요?”
“아버지가 하던 건데요, 몸이 편찮으셔서 제가 맡아서 하고 있어요.”
“근데 두분 혹시 부부세요? 너무 다정해 보여서요.”
“예~ 오빠랑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하루 종일 이렇게 같이 다녀요.”
여자가 이렇게 대답을 한다. 사랑에 빠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한달 정도 시간이 흘렀다. 하루는 우희 직원이 급하게 들어오면서 내 자리로 달려오면서 말한다.
“사장님~ 요 옆에 있는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횟집 있잖아요.”
“그래, 알아, 그 횟집이 어쨌는데?”
“사장님이 그러셨잖아요, 오래 못 갈 것 같다고, 정말 망해서 나간 건지는 모르겠는데 가게 집기가 다 빠지고 없어요. 텅 비어 있어요! 정말 망해서 나간 것 같아요, 근데 사장님은 어찌 아셨어요? 오래 못 갈지를~”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냐? 그냥 부부 사이 금실이 너무 좋아 보인다고만 했지!”
 
나중에 옆에 붙어있는 분식집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장사가 너무 안돼서 나갔다고 한다. 내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그 집이 잘 되고 못 될 것을 어찌 알겠는가? 나는 단지 손님이 있거나 말거나 틈만 나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가끔씩 애정행각을 이어가는 그 사장님 내외분이 너무 철이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것뿐이다. 부부가 금실이 좋은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장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장사에 집중해야 하는데, 너무 사이가 좋다 보니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견제와 균형이 깨져 버린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구글 카나리아팀의 역할
견제와 균형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기업강사들에게 널리 애용되고 있는 유명한 경영사례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세계적 기업 구글에서 2007년도에 있었던 일이다. 구글의 인사담당 최고책임자 라즐로 북Laszlo Bock은 해마다 실시하는 인사고과 시기를 바쁜 12월을 피해 3월로 옮기기로 결정을 했다. 결정을 하기에 앞서 라즐로는 인사팀 멤버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고, HR부서에 있는 멤버들은 라즐로의 아이디어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내 주었다고 한다. 부서 최고책임자의 의견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3월 이동이 편했기 때문이. 아무튼 자신의 결정에 대해 확신을 얻은 라즐로는 고과시기의 변동에 대한 결정사항을 일반 직원들에게 공지하기에 앞서 하루 전날 관리자들에게 우선 공지를 한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관리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여기저기서 현장상황을 모르는 결정이라며 항의성 전화와 이메일이 인사부서로 쇄도하기 시작한다. 결국 라즐로의 인사팀은 새롭게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을 했고, 그 결과 고과시기를 10월로 앞당기기로 결정을 내린다.

왜 이런 소동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유는 관리자들에게서 의견을 받기 전, 라즐로의 팀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에게서 새아이디어에 찬성한다는 의견만 수집했기 때문이었다. 집단사고에 매몰되어 반대의견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그 일을 겪고 나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라즐로는 자신의 저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Work Rules!』에서 당시의 상황을 술회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구글은 반론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위하여 ‘카나리아팀’을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사내에서 다양한 시각을 대변하는 신뢰받는 엔지니어들로서 험악한 분위기에 잘 대처하고 기꺼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평판을 얻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이 되었다. 구글의 인사부서는 정책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도입할 때, 우선 카나리아팀에게 먼저 의견을 구한다고 한다. 카나리아팀은 구글의 각종현황에 대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고, 인사팀은 이렇게 카나리아팀에게 미리 자문을 구함으로써 가장 불만의 목소리가 컸던 사람들을 ‘조직의 가장 강력한 대변자’로 만드는 부수적 효과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조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고과(평가)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사고과제도의 양식은 상사평가다. 피고과자에 대해 위에 있는 상사-1차고과 2차고과라는 이름의 팀장, 본부장-가 대부분 평가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직장인의 대부분은 이렇게 해서 결정된 고과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한다. 공정성에 있어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유는 한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은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래의 도표를 한 번 봐주면 좋겠다. 당사에 등록된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봄에 설문조사한 데이터다. 원래의 취지는 등급 평가 급여에 이르는 인사제도의 현안에 대한 직장인들의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 설계된 질문인데, 메인 질문이 끝나고 마지막에 다음의 4개의 질문을 넣어 보았다. 참고로 2,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었으며, 1090명이 회답해 주었고, 그 중에서 유효응답은 921명이다.

우선 우리나라 기업의 대다수가 승진자 선정에 있어서 무엇을 중요시 여기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을 알 수가 있다. 중요도의 순서는 동료평가(28.8)-잠재능력(27.6)-경영진과의 친밀도(22.6%)-근속연수(13.1%)-인사고과(6.9%)의 순으로 나타났다. 역시나 눈에 띄는 대목이 경영진과의 친밀도와 인사고과였다. 경영진과 가까운 사람들이 승진한다고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이런 생각의 영향이었을까? 어디를 가나 인사고과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다.
 
이어지는 질문에서 직장인들의 희망사항을 엿볼 수가 있다. 바람직한 승진 기준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동료평가(44.2%)-잠재능력(27.4%)-경영진친밀도(11.1%)-인사고과(7.9%)-근속연수(7.5%)의 답이 나왔다. 여기서는 눈에 띄는 대목이 동료평가가 거의 절반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제일 정확하게 안다”는 내용을 가지고 강의도 여러 번 했을 정도로 이 부분은 나도 평소에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은 리더의 역량평가에 대한 질문이다. 현재의 리더역량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는 질문에는 복수의 상사평가(32.3%)-상사 및 동료평가(19.6%)-직속상사평가(19.4%)-상사 동료 부하평가(16.3%)의 순으로서 대부분은 상사들에 의한 1, 2차 고과방식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람직한 평가방식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상사-동료-부하로 구성된 360도 평가(46.4%)가 압도적이다.
 
성격이 다른 부부가 잘 사는 이유
위에 소개한 직장인들의 염원처럼 성숙한 조직,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피드백의 창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러가지 창구를 통해 올라온 솔직한 의견들이 모여 건전한 조직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이 모든 조직에 통용되는 진리와도 같은 것일까? “이런 주장이 모든 조직에 들어맞는 건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피드백 창구의 다양성이 성과와 창의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Why seeking feedback from diverse sources may not be sufficient for stimulating creativity), 2017>라는 제목으로 네델란드 암스테르담대학의 로이 시에폼Roy B. L. Sijbom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방법 1>
연구진은 벨기에에 소재하고 있는 7개의 컨설팅펌에서 일하고 있는 1044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성과와 피드백의 상관관계르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들은 피드백창구의 다양성이 종업원들의 창의적 행동 및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알아보기로 하고 각 회사의 협조를 얻어 질문지를 발송했다.
 
<연구방법 2>
연구진은 추가로 벨기에 소재의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181명의 병원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피드백 창구의 다양성이 그들의 창의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로 했다. 비록 병원근무자들이 창의적 업무에 종사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할지라도, 창의적 사고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필요한 각종 행정업무(스케줄관리, 건강관리, 수술변경, 환자정보관리)에도 창의적 사고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 다수의 병원종사자들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연구결과 1>
근무형태는 창의적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규직의 형태일수록 창의적 행동이 많이 나타났으며 계약직일수록 단순반복적 행동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피드백창구가 다양할 수록 창의적 행동이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성과창출의 역학관계가 단순한 집단에게는 피드백 창구의 다양성은 창의적 행동과 큰 관계성이 없었다. 그러나 성과창출의 역학관계가 복잡한 집단의 경우는 피드백창구의 다양성이 작으면 창의적 행동도 적게 나왔고, 피드백 창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창의적 행동의 양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2>
학력수준이 낮을수록 시간압박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피드백의 숫자는 피드백창구의 다양성과 비례관계에 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여기서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이 되었다. 시간압박이 낮은 집단과 높은 집단 간에 큰 차이가 보인 것이다. 시간압박이 적은 집단의 경우는 피드백창구가 거의 없거나 아주 많거나 하는 경우에는 창의적행동의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반면, 시간압박이 높은 집단의 경우는 피드백 창구의 다양성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들의 창의적사고나 행동은 항상 아래수준을 유지했다. 시간에 쫓기게 되면 새로운 생각을 하기 힘들다고들 말하는데, 그 말이 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우리로 하여금 실패의 확률을 줄이고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우리 조직이 안고 있는 약점 단점 그리고 개선점에 대해서 벽이 없는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호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피드백의 창구를 늘리고자 하는 의도적인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성과로 이어지고 창의적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위의 연구가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나와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글의 서두에서 식당주인 부부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한 이유는 “성격이 다른 부부가 잘 산다”는 HBR의 연구자료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주변을 보면 그런 현상이 보인다. 성격이 같은 부부는 하는 행동이 같아서 ‘모 아니면 도’의 극과 극을 달리는 경우가 많고, 성격이 다른 부부는 항상 적당한 선에서 중도를 지키는 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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