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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칼럼] 예의 없는 것들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한다
[tnt칼럼] 예의 없는 것들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한다
  • 김유겸 기자
  • 승인 2020.06.25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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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수행에 스마트폰이 미치는 영향
가끔 문명의 이기利器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상상해 보곤 한다. TV나 노트북, 스마트폰 등과 같이 일상적인 생활에서 도저히 배제할 수 없는 그런 전자기기들로부터의 해방을 꿈꿔보는 것이다.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딱 한가지가 맘에 걸린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과연 요즘 같은 정보화의 세상에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녀석은 내 삶에 너무 깊숙하게 들어와 버렸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거리에서도, 한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 견딜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현대인을 스마트폰 중독의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하지만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지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때문에 생긴 중독의 폐해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다만 최근에 직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집중력방해’나 ‘업무방해’의 몇 가지 케이스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조직문화 개선의 포인트를 몇 가지 제안해 보고자 한다. 매너 없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산만한 회의분위기와 그로 인해 생기는 동료들간의 트러블 등이 조직내 신뢰도 구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2가지 상황에서 이런 일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하나는 강의 강연의 상황이고 또 하나는 회의나 업무미팅의 상황이다.

그 전에 스마트폰에 대해 직장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위에서 ‘중독’이나 ‘폐해’와 같은 다소 부정적 단어를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21세기 인류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스마트폰에 대해 부정적 인식만 늘어놓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상당히 다양한 영역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명함관리와 인터넷검색 등은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아이템에 들어 간다.

예전 같으면, 명함을 받으면 수첩에 옮기거나 일일이 핸드폰에 수기로 입력을 해서 고객관리를 하는 패턴이 일반적이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방에게서 받은 명함을 그대로 찍어서 저장만 하면 거기서 끝이다. 손안의 작은 컴퓨터인 스마트폰이 알아서 분류를 해 주기 때문이다. 그 고객에 대한 자그마한 정보만 기억하고 있으면 언제 만난 사이인지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최신의 직장정보도 제공해 준다. 많은 고객을 만나야 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아이템이다.

또 하나의 주 사용처는 검색이다. 언론의 모든 기능을 스마트폰이 해결해 주기 때문에 신문에 담겨있는 그날 그날의 주요 이슈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가 있다. 시간은 말할 것도 없이 비용도 크게 세이브해 준다. 특히 내가 주로 이용하는 검색기능은 고객과 관련된 내용인데, 데스크형 컴퓨터로 알아봐야 하는 여러가지 정보들을 이동하면서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상품정보나 위치파악과 같은 고객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을 이동하는 도중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검색하는 것이다. 주로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내게는 이동시간에 충분히 고객에 대한 내부사정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덕분에 미팅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생겨난 여러가지 폐단 중에 대표적인 사례로는 ‘집중력감퇴’와 ‘소통부재’를 들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책상위에 놓인 스마트폰에 눈이 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들어온 문자가 있는 건 아닌지? 메일이 들어와 있는 건 아닌지? 거의 습관적으로 눈이 간다. 이는 집중력의 감퇴로 연결되기 때문에 안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도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습관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지적한 소통부재는 회사는 물론 가정에서도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거의 습관적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스마트폰에 빠진다. 예전 같으면 식탁위에 앉아서 그날 있었던 일을 가지고 이런저런 대화를 할 시간인데도, 지금은 그 시간을 스마트폰이 다 빼앗아 가버렸다. 심지어는 밥 먹는 시간에도 대화가 없다. 각자 스마트폰을 보면서 자신들의 관심사항을 검색하기 바쁘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족들 간에 스마트폰없이 대화의 시간을 갖어본지가 너무 까마득해서 생각이 나지 않을 판이다. 직장에서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다. 모두가 모여 앉아 부서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흔히 목격되는 장면이 있다. 부서장은 말하고 뒤에 앉은 팀원은 스마트폰 만지작거리고…… 집에서 일어나는 장면하고 다르지 않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망가뜨린 주범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직장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나와 같은 생각일까? 아니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에, 마침 100여명 정도되는 아담한 사이즈의 중소기업에서 강연의뢰가 들어왔다. ‘조직신뢰’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 보았다. 크게 두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첫째는 스마트폰이 업무수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각이었고, 둘째는 동료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회의나 미팅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응답자는 총 98명으로 팀장 21명, 팀원 77명이었다. 질문 1에 대한 답변은 아래와 같이 나왔다.

스마트폰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37%, 부정적 답변은 30%로 부정보다는 긍정의 답변이 더 많았다. 여기에 더해 서술식으로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을 적게 하였는데, 아래는 기입된 내용 중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나온 것들을 3개씩만 추려본 것이다.
<긍정적인 면>
1 일정관리가 쉽고 편하다.
2 필요한 정보를 빨리 얻을 수 있다.
3 사람들과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
 
<부정적인 면>
1 업무미팅에 큰 방해가 된다
2 사생활 보호에 장애요소가 된다
3 동료들과의 진솔한 관계형성을 방해한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내가 느끼고 있는 긍정적 요소, 부정적 요소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평소에 느끼고 있던 스마트폰의 역기능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하고 싶다.

업무와는 상관없는 ‘딴짓거리’가 대부분
나는 강의, 강연활동을 통해 리더십이나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해 가는 것을 주요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또한 역량개발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노하우의 전파를 통해 조직개발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도 주요 업무 중의 하나이다. 이런 활동들의 첫 단추는 간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갖는 강연이나 강의에서 대개는 시작한다. 첫 만남의 자리는 나도 긴장하지만 그곳에 모인 간부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개는 가벼운 멘트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지모드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꼭 분위기를 깨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전화벨’ 소리다.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전화벨 소리는 꼭 진동으로 해 주기 바란다”는 멘트를 하지 않으면 항상 발생하는 문제가 된다. 나 같은 경우는 24시간 진동모드로 설정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때문에 어떤 상황에 놓여도 벨소리로 인해 타인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딱히 진동모드에 대한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 한, 항상 ‘벨소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한창 이야기가 하이라이트로 향하고 있는 순간에 분위기를 확 깨는 벨소리가 울려 참석자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이건 참을만하다. 중요한 순간에 이야기의 흐름을 깨는 당황스러운 사건이긴 하지만 고의성을 가지고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니니까. 정말로 참기 어려운 상황은 그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버튼을 누르고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고 있을 때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일도 아니다. 내 경험으로는 강연이나 설명회의 자리에서 전화벨소리 사건은 거의 매번 있는 일이고, 상대방과 직접 통화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세번 중에 한번 꼴로는 목격을 하는 것 같다.
 
이런 예의 없는 행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장이 또 한군데 있다. 바로 회의실이다. 고객과의 미팅이나 부서내의 중요한 안건을 논의하는 미팅의 자리에서도 이런 일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동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토론의 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고객이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자리에서도 이런 요란한 벨소리가 울려서 회의장의 분위기가 싸~ 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물론 고의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폰의 주인공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사람들을 쳐다본다. 미안하다는 표정의 애처로운 눈빛을 보냄으로써 용서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도 이 경우는 봐 줄만 하다. 고의성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강의장에서 가장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이 ‘공개적으로 통화를 하는 사람’에 있다면, 회의나 미팅의 상황에서 가장 용서가 어려운 사람은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데 딴짓거리 하는 사람’이다. 미팅주제와는 아무 상관없는 어플리케이션을 만지작거리며 회의나 미팅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회의나 미팅의 주제에 몰입을 못해서이다. 무료하기 때문에 “나는 당신의 이야기에 1%도 관심 없다”는 무관심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예의 없는 행동이다. 본인이 관심이 있건 없건, 동료나 고객이 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경청해서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를 망각하고 일명 ‘딴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은 직장인으로서 ‘자격상실’이다.
 
나는 이런 행동들을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런 행동들을 내버려 두었을 때 조직전체에 퍼지게 될 악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거기에 참석한 다른 멤버들에게도 전이될 좋지 않은 의식의 흐름에 대해서도 강한 톤으로 경고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행동들에 대해서 여전히 아무런 제재없이 그냥 넘어가는 관리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자격상실의 행동을 하는 구성원들을 그냥 내버려 두는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적지 않게 놀라긴 했지만, 그런 방치와 무관심 속에서 돌아가는 조직이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임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왜? 조직은 이런 예의 없는 행동들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일까? 거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는데, 동료에 대한 무관심과 그와는 반대로 지나친 배려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의 동료에 대한 무관심은 무얼 말하는 것인가 하면, 바로 옆자리에서 딴짓거리를 하는 동료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스마트폰의 딴짓거리를 딴짓거리라고 생각치 않고 업무를 보는 행동으로 잘못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옆자리의 동료가 미팅의 주제와 관련된 정보탐색이나 연구를 위해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부터도 강의 강연의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열심히 만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더 많은 정보를 찾기 위해 열심히 검색을 하고 있다고 자위적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건 착각이다. 강의 강연의 장소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딴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내용에 흥미를 못 느껴서 그런 행동을 표출하는 것이다. 거의 습관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아래의 도표는 20~30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직장내 스마트폰 사용실태’를 조사한 연구자료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6.5시간이고 주로 사용하는 장소로는 남성의 경우는 직장, 여성의 경우는 출퇴근의 시간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어플리케이션의 사용 동기에 대해서도 상세히 분석을 했는데, 아래는 이용 동기를 분석한 자료이다.

출처: 강영운 “직무스트레스가 스마트폰 이용행태에 미치는 영향”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박사논문, 2016
출처: 강영운 “직무스트레스가 스마트폰 이용행태에 미치는 영향”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박사논문, 2016

<표 1>에 따르면 어플리케이션의 주요 기능과 쓸모에 따라서 직장인들의 사용 동기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관계성에 기반을 둔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나 모바일 SNS의 경우 ‘사회적 관계’에 기반한 이용동기가 강하게 나타났다. 한편 여가시간에 활용하는 음악감상, 게임 어플리케이션은 ‘오락동기’에 기반하여 사용되며, 인터넷 검색 어플리케이션의 경우는 정보획득(78.8%), 쇼핑 어플리케이션은 이용의 편리성(36.0%)을 기반으로 이용되었다. 여기서 한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습관적 사용’이다. 직장인들의 어플리케이션 이용 설문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빈도를 보인 동기요인이 ‘습관성’이라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을 습관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보임으로써 스마트폰을 생활의 일부분처럼 사용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본 연구에서도 암시하고 있듯이 각각의 어플리케이션을 다루는 행동들의 목적 1순위는 각 목적에 부합하는 ‘동기’에 있다. SNS나 메신저를 다루는 행동목적의 1순위는 ‘사회적 관계형성’에 있고, 인터넷검색은 ‘정보획득’, 음악감상과 게임은 ‘오락’, 쇼핑은 ‘정보획득’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동목적의 2순위이다. 모든 어플리케이션의 목적 2순위가 ‘습관성’으로 통일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냥 습관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 말은 회의나 미팅의 상황에서 그 상황에 부합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던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던지, 둘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사전에 예정된 회의나 미팅의 경우에, 관련자료는 전부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따로 스마트폰을 보조도구로 이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업무미팅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행동들의 거의 대부분을, 미팅의 주제와는 상관없는 ‘딴짓거리’로 결론짓는 것이다.
 
이유는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
그리고 또 하나, 조직이 구성원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이유 중에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나만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지나친 배려심도 작용하고 있다. 물론 ‘지나친 배려심’이라는 긍정적 용어를 쓰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러거나 말거나 당신 일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괜히 내 신경에 거슬린다고 상대방의 일에 관여를 해서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방문한 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사팀장이 그동안 준비한 인센티브 체계에 대해 다른 팀장들을 모아 놓고 설명하는 자리에서 발생한 일이다. 회사의 중요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팀장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데도 개의치 않고 설명을 이어갔던 인사팀장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중간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집중하지 못하는 팀장들이 여럿 보이던데, 알고도 그냥 내버려 둔 건가요? 아님 모르고 있었나요?”
“네 알고 있었습니다. 신경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제가 지적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아 그냥 있었던 건데, 뭐가 잘못되었나요?”
“그런 태도를 모른 척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높아서 그럽니다. 회사의 신규정책을 알리는 중요한 자리인데, 팀원들에게 설명해야 할 위치에 있는 책임자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건 옳지 않은 일이지요. 그런데도 지적을 하지 않는다면 성실히 설명을 경청하고 있는 팀장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네 저도 그 부분은 염려가 되긴 했지만, 제가 지적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요. 우리회사 분위기가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당신 일이나 잘하세요, 하는 그런 무드가 조금 있거든요.”
“리더십 용어 중에 ‘小善이 大惡이다’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작은 선의가 때로는 큰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는 뜻이지요. 잘못된 행동을 모른척하는 건, 분명 죄악입니다.”
 
위 사건의 경우는, 같은 팀장직급을 가진 동료들 사이의 문제라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한 심리도 약간은 작용하고 있다. 비슷한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상대방에 대해 섣불리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도 조금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팀장-팀원’ 간에도 발생하고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연 저런 일들이 ‘팀장-팀원’ 간에도 발생한단 말입니까?”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실제로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대개는 이렇게 말한다. “업무미팅 시간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이나 이런 것들을 만지면서 회의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행동을 하는 멤버들을 가끔 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행동들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냥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다른 멤버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눈치라서요.”
 
정말로 그럴까? 사람들은 예의 없는 동료들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속담에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위의 경우도 그런 케이스다. 중요한 미팅의 자리에서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회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딴짓거리’를 하는 동료를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본인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사람들의 보는 눈은 대개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거의 비슷하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은 것이고, 나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남의 눈에도 거슬리는 행동이다. 아래의 도표를 보면 이런 사실을 확연하게 느낄 수가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스마트폰과 업무미팅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냥 습관적으로 가지고 참석하는 것이다. 누구나가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스마트폰을 가지고 업무미팅에 참석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팀장의 경우 찬성 15%, 반대 67%로 반대의견이 4배나 더 많다. 이런 기류는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찬성 22%, 반대 46%로 반대의견이 2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가 “미팅 내용의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뢰감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
나는 현장에서 많은 관리자들로부터 “미팅 안건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코 빠뜨리고 있는 팀원들 보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다”는 하소연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런 고민을 그들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나처럼 강의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 또한 항상 안고 사는 고민 중의 하나이다. 우리를 가장 화나게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열심히 강연하고 있는데, 바로 코 앞에서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터넷 서핑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끝도 없이 누군가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런 사람들까지도 강의에 집중케 하는 것이 진정한 강사의 실력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미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휴대폰이나 전자기기는 정말로 업무 집중에 방해가 되는 것일까? 여기 이를 입증한 실험 하나가 있다. 업무방해는 물론이거니와 동료와의 신뢰구축에도 큰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실험이다. 실험의 주인공은 영국 에섹스대학의 앤드루 프르지빌스키Andrew Przybylski라는 교수다. 프르지빌스키 교수는 실험을 통해서 휴대폰을 단지 옆에 두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질이 떨어지고 서로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감도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의 내용은 이렇다.
Step 1- 프르지빌스키 교수는 74명의 참가자들을 모아서 무작위로 두 명씩 짝을 이루게 했다. Step 2- 그런 후, 휴대폰을 옆에 둔 상황과 휴대폰 대신 수첩을 둔 상황하에서 지난달에 자신에게 일어난 흥미로운 일에 관해 10분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Step 3- 대화가 종료되자 참가자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 상대방과 내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내용을 담은 문항을 통해 서로 간에 관계의 질을 평가하도록 했다.

결과는 “휴대전화가 놓인 조건의 참가자들은 수첩이 놓인 조건의 참가자들에 비해 관계의 질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에게 느끼는 친근감 역시 마찬가지였다. 휴대전화가 서로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휴대전화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간의 관계형성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참가한 사람들의 신경이 휴대전화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분산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Figure 1. Overhead view of lab room. 1. Mobile phone or pocket notebook. 2. Book on desk. 3. Chairs used by participants.

그렇다면 가벼운 소재가 아니라 의미 있고 진지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눌 때 휴대전화의 존재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프리지빌스키 교수는 회의나 업무미팅의 상황과 거의 비슷한 상황을 설정해서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Step 1- 참가자들을 절반으로 나누어 A와 B, 2개의 그룹으로 편성을 했다.
Step 2- A그룹에게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가볍게 얘기할 것을 주문했고, B그룹에게는 작년에 경험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눌 것을 요청했다.
Step 3- 10분 동안의 대화가 끝나고 “나는 대화 상대를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은 질문항목을 사용하여 신뢰감을 측정케 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의 생각과 느낌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을 사용하여 공감의 수준도 측정케 했다.
 
가벼운 주제로 얘기한 참가자들은 휴대전화가 있든 없든 신뢰와 공감의 수준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참가자들은 휴대전화가 있을 때보다 휴대전화가 없을 때, 서로 간에 느끼는 신뢰감이나 공감의 정도 그리고 관계의 질 등에 있어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깊이 있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휴대전화의 존재여부 자체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명이 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휴대전화가 단순히 옆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질이나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프리지빌스키 교수는 “휴대전화의 존재여부는 대화를 방해하는 제3자가 언제든지 끼어들 수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만들며 이런 느낌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전이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Figure 2. This figure shows that the presence of a mobile phone in the laboratory room leads to lower levels of relationship quality, trust, and empathy. All critical t-tests are significant at p  .05. Error bars are based on standard error.출처: “Can you connect with me now? How the presence of mobile communication technology influence face-to-face conversation quality”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30(3), 2013
Figure 2. This figure shows that the presence of a mobile phone in the laboratory room leads to lower levels of relationship quality, trust, and empathy. All critical t-tests are significant at p .05. Error bars are based on standard error.출처: “Can you connect with me now? How the presence of mobile communication technology influence face-to-face conversation quality”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30(3), 2013

프리지빌스키 교수의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유는 대화를 나누고 있어도 언제 걸려올지 모르는 스마트폰에 신경이 가 있다면 미팅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말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이 또한 상대방에게는 엄청난 실례일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 봐도 스마트폰이 커뮤니케이션의 질이나 신뢰감 집중도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면 부정적이었지, 결코 긍정의 효과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치 금방이라도 중요한 전화가 걸려올 것처럼 행동하며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 놓으려 하지 않는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습관’ 때문이다.
 
좋지 않은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으로 갈아 입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으로부터의 해방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회의장에 들어갈 때 ‘스마트폰 지참금지’라는 슬로건을 써 보길 제안해 본다. 실제로 내가 아는 어느 기업에서는 “이런 슬로건을 통해 업무집중도는 물론이거니와 멤버상호간의 신뢰도 또한 눈에 띌 만큼 높아졌다”고 자랑스럽게 말을 하는 곳이 있다.
 
그곳의 연구실을 책임지고 있는 A상무의 말이다. “처음에는 연구소에서 시작을 했어요. 바이오와 관련된 최첨단의 연구실적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혹시나 대화내용을 녹음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스마트폰을 두고 회의에 참가하도록 지시를 내렸거든요. 그런데 이런 지시를 실시하기 전과 실시 후에 이상한 변화가 감지가 되는 거예요.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집중도가 눈에 띌 정도로 올라간 거지요. 지금은 모든 사업부에 동일한 룰을 적용해서 시행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하며 다른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보기를 권장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여기에 더해 커피숍이나 식당에서도 ‘스마트폰 프리’를 제안해 보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요즘은 흔치 않게 목격하는 장면 중에 하나가, 자리에 앉으면서 스마트폰을 식탁위에 올려 놓는 풍경이다. 대화 도중에 중요한 전화가 걸려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대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충분히 일리 있는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눈 앞에 있는 저 사람도 중요하지만, 혹시나 걸려올지도 모르는 고객의 전화를 안 받는 것도 실례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항변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그 자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나의 눈 앞에 앉아 있는 저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의 엄청난 행운보다는 지금 눈 앞에 와 있는 소소한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지금 나와 이야기하고 있는 눈 앞의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일상의 모든 전자기기로부터 신경을 끄고 대화 중에는 상대방의 입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의도된 작은 노력으로 이런 행동들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작은 습관이 모여 위대한 평판이 생기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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